• 7년 전
[앵커]
일기장도 컴퓨터로 치는 시대가 되면서 손글씨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서예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전시가 열려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임수근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대형 화폭의 산수화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여느 산수화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획 대신 깨알 같은 글자가 빼곡합니다.

이른바 '문자 산수'로 글씨는 의미를 잃고 대신 글자의 형태만 남았습니다.

서예를 그림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서예가 박세호의 작품입니다.

여백을 이용해 자음 'ㅍ'을 폭포와 파도 형상으로 그려냈습니다.

[박세호 / 서예가 : 폭포나 파도를 판본체나 궁체로 쓰지 않고 점이나 먹의 형상으로만 표현했을 때 과연 사람들이 폭포나 파도를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동양화나 회화처럼 그리지 않고….]

전시에는 정통 서예부터 문자를 이용한 조각과 회화까지 서예가와 화가 40여 명의 작품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그래픽연맹 소속의 문자디자인, 즉 타이포그래피 작가도 참여해 한글 서예의 미래와 관련해 의미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동국 / 예술의전당 서예부장 : 서(書)와 타이포그래피라는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나 익숙하지만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두 문자 문명이 한 자리에 만나서 붓이 활자하고 대화하고….]

동양 정신의 정수인 서예가 생활과 분리되면서 지금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동양 서예의 종착지에 혹시 타이포그래피가 있는 건 아닌지, 전통 서예의 불안한 미래와 또 다른 가능성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YTN 임수근[sgl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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