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콘크리트 지지율' 균열 조짐…내리막이냐 반전이냐

  • 4년 전
[여의도풍향계] '콘크리트 지지율' 균열 조짐…내리막이냐 반전이냐

[앵커]

대통령에게 지지율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으면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야당마저 끌려오고, 40%로 내려가면 여야 충돌이 격렬해집니다.

30%대로 떨어지면 여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했는데요.

'콘크리트 지지율' 균열의 함의, 박초롱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지율 40%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최근 4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습니다.

12월 첫째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일주일새 6.4%P 내린 37.4%, 한국갤럽 조사 지지율은 1%P 하락한 39%. 두 조사에서 모두 취임 후 최저치입니다.

정치권에서 주목한 건 지지율 숫자 자체보다 지지율 하락을 부른 요인입니다.

이른바 '집토끼'가 가출했습니다.

주요 지지층인 호남지역의 대통령 긍정평가가 13.9%P, 진보층은 7.8%P, 여성은 9.1%P 하락했습니다.

60년대생, 80년대 학번 이른바 586으로 불리는 50대 지지율 하락도 주목할만합니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정서를 공유하며 진보 성향이 강한 이들은 조국 사태와 추미애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문 대통령을 지지해왔습니다.

역대 정부는 지지율 40%가 무너지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과거 사례를 한번 살펴볼까요?

사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말은 박근혜 정부 때 자주 쓰인 말입니다.

지지율을 떠받친 주체가 다를뿐 어떤 악재가 터져도 대통령이 40%대 지지율을 유지한 건 문 대통령과 비슷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때 이상 신호가 온 건 취임 2년 만입니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했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정윤회 씨는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실세냐 아니냐 답할 가치도 없습니다. 국정 근처에 온 적도 없어요."

의혹이 깊어지는데도 제대로 된 쇄신 조치를 내놓지 못하자 실망감이 커졌고, '집토끼'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와 50대 이상이 등을 돌린 게 콘크리트 균열의 원인이 됐습니다.

4년차 지지율 하락은 레임덕으로 가는 분기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때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 등 측근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습니다.

임기 초부터 지지층이 점차 이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하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됐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층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의 극한 갈등으로 꼽힙니다.

상황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후년 대선 레이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개각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습니다.

특히,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교체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 만들겠습니다. 지금와서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고 아무리 정부에 대해서 말씀을 하셔도…"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 부동산 문제로 국정 운영의 어려움이 커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수장을 바꿔 재정비에 들어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4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는 전해철 국회의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지명…"

추미애 장관은 이번 개각 명단에선 제외됐는데, 윤 총장과의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추 장관을 물러나게 할 경우 검찰개혁 역시 어려워진다는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완수해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방향 전환은 없다는 강공법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국회에 복귀한 이낙연 대표, 일성은 검찰개혁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 검찰개혁은 저항으로 좌절했지만 더는 좌절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기필코 공수처를 출범시켜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하겠습니다."

그러나 공수처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매듭짓느냐가 대통령 지지율 회복의 결정적 변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칼자루와 칼을 모두 쥐어야 한다, 이런 주문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거죠. 지지층 입장에서 볼 때는 자칫 정권뿐만 아니라 내년 보궐 선거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심려가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결국 민심에 귀를 기울이라는 국민의 경고일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집권 4년 차를 무난히 넘기며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지지층은 대통령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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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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