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변기 솔’ 들고 몰려나온 시위대

  • 4년 전


21년. 대통령으로 혹은 총리로.

푸틴이 러시아에서 집권한 세월입니다.

이제 러시아 국민들은 ‘변기 솔’을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푸틴의 정적인 야권지도자를 석방하라, 요구하는데 왜 변기솔을 손에 든 걸까요?

세계를 보다 정다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러시아 시민들이 영하 50도 추위에도 광장에 모였습니다.

변호사이자 야권 운동가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장음]
"푸틴은 도둑이다! 푸틴은 도둑이다!"

이 과정에서 나발니 부인도 체포됐다 풀려났습니다.

나발니는 푸틴의 부정축재를 폭로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푸틴이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에 모나코공화국 39배 크기의 1조 5천억 원짜리 아방궁을 소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알렉세이 나발니 / 러시아 야권 운동가]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 유명한 장소의 유일한 소유주는 푸틴 대통령이었습니다."

호화 궁전에서 사용된다는 93만 원짜리 변기 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은 변기 솔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대]
"이 나라 정권에 진저리가 났습니다. 푸틴은 도둑이고, 나라 전체가 부패된 상황입니다."

이 영상 조회 수가 1억 명을 넘어서자 무시하던 푸틴도 언론 앞에 섰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지난 25일)]
"(나발니가) 영상물에서 제 거라고 한 것 가운데 저나 제 가까운 친척들에게 속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발끝부터 마스크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푸틴 내연녀 딸까지 공개되자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나발니는 감옥에서 옥중 메시지를 전하며 매주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알렉세이 나발니 / 러시아 야권 운동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수호자이자 애국자입니다."

4번의 대통령과 1번의 총리직을 합쳐 21년째 집권 중인 푸틴의 러시아에서 정적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더욱이 푸틴은 지난해 헌법 개정으로 종신 대통령의 길을 터놓았습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은 퇴임 후에도 기소하지 않는다는 면책특권까지 만들어 통과시켰습니다.

푸틴의 장기독재에 맞서 10대들이 SNS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한 학생은 교실에 걸린 푸틴 사진 대신 나발니 사진으로 바꿔 조롱합니다.

[미하일 페트로프 / 러시아 학생]
"더 이상 푸틴 정권 아래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더 나은 정권을 원하는 거죠." 

러시아 통신 감독 기관은 SNS 대표들을 소환하고 벌금을 물렸습니다. 

푸틴식 찍어누르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과 코로나19, 경제 실패로 한때 90%에 달하던 푸틴의 지지율은 60%대로 추락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귀국한 나발니의 노림수도 적중했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나발니 문제를 포함해 우리는 러시아 행보에 우려를 표합니다."

푸틴은 위기 때마다 미국에 맞서는 강한남자 모습을 연출했지만, 올해는 잘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나발니 지지자 / 오스트리아 빈 시위] *통CG하면 좋을듯
"오랫동안 우리는 선택하고 말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나발니는 우리에게 한가닥 남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나발니 석방 시위가 푸틴 퇴진 시위로 번질 수 있는 상황.

[이신욱 /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시민 혁명에 의해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죠. 대규모 시위에 의한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나발니가 부른 나비효과에 푸틴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정다은입니다.

dec@donga.com

영상편집 : 배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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