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언 담은 동영상…대법원 "요건 갖춰야 효력"

  • 10개월 전
아버지 유언 담은 동영상…대법원 "요건 갖춰야 효력"

[앵커]

생전 유언을 문서가 아닌 동영상으로 남기도 하죠.

그런데 유언으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몇 가지 필요한 요건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동영상을 찍은 차남이 유언대로 재산을 갖지 못하자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래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7남매 중 장남과 차남은 부동산을 나눠 갖고, 딸들은 장남에게 현금 2천만원씩을 받아라',

생전 A씨는 차남이 찍은 동영상에서 이같은 재산분배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유언으로서 효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취지를 말하고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구술해야 합니다.

또 증인도 동석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A씨가 숨진 뒤 재산은 법정상속분 규정에 따라 어머니와 다섯 딸, 두 아들에게 배분됐습니다.

차남은 자신이 찍은 영상이 유언 효력은 없더라도 '증여 약속'의 근거는 될 수 있다며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1심은 차남의 패소로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여의 효력을 인정해 나머지 형제들이 차남에게 돈을 더 나눠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또다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A씨가 유언을 통해 증여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 청약과 승낙에 대한 합의가 증명되지 않아 증여 효력이 없다고 본 겁니다.

또 영상 속 부친은 유언장을 읽은 뒤 '그럼 됐나'라고 물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판단도 2심과 엇갈렸습니다.

2심은 부친과 차남 사이에 의견을 묻고 합의하는 과정으로 해석했지만, 대법원은 '스스로 묻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또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 효력이 인정된다면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다른 형제들에게는 불리한 결과라며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이 파기환송 되면서 '영상 유언' 효력은 원심법원인 창원지법이 다시 심리할 예정입니다.

연합뉴스TV 정래원입니다. (one@yna.co.kr)

#영상유언 #재산분배 #유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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