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장소 선점하려고…” 경찰서 밤샘 노숙

  • 8개월 전


[앵커]
종로, 남대문, 용산 같이 서울 도심을 관할 구역으로 둔 경찰서 로비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찾아와 밤 샘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회 신고 때문에 온 건데 왜 밤샘까지 하는 건지, 백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하 10도를 밑돌았던 어젯밤, 서울 남대문경찰서.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맨 중년 여성이 1층 로비에 앉아 있습니다.

집회 신고를 하러 온 단체 회원인데, 원하는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밤샘 대기하고 있는 겁니다.

강추위를 이겨보려 따뜻한 차를 타 마시고, 머리핀을 나눠담는 부업을 하며 긴 밤을 보냅니다.

[집회 신고 대기자(어젯밤)]
"그 장소를 섭렵하고 싶어 하는 팀들이 있잖아요. 여기 써 있지만 이쪽이 일단 우선순위예요. 1번 자리, 2번, 3번…이렇게 정해져 있거든요."

'집회 1번지'로 꼽히는 종로, 남대문, 용산 등 관할 경찰서에서 매일같이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현행법상 집회·시위 주최자는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종로경찰서에는 '집회 신고 우선순위 기준은 신고인의 정문 통과 시간'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는 자정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관에게 신고서를 제출합니다.

시위나 집회 신청이 특정 장소에 몰리자 경찰은 자정부터 선착순으로 신고서를 받거나 대기 순번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집회 신청 단체 회원들은 먼저 신고를 하기 위해, 교대조까지 만들어 밤낮 없이 24시간 대기하기도 합니다.

[집회 신고 대기자(오늘 낮)]
"(회원들이) 어떤 때는 8시간 해줄 때가 있어요. 사실 이 집회 신고하려다 보면 일주일은 그냥 없어진다고 봐야 돼요. 책임감이 있으니까 자기 인생은 여기에 다 바치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야."

형평성 문제로 선착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한밤의 소리없는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채널A 뉴스 백승연입니다.

영상취재: 이락균
영상편집: 박혜린


백승연 기자 bsy@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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