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다룬 공포영화, 상영금지 해주세요"

  • 6년 전
욕 나올 정도로 무서운 공포영화, 우리 동네 얘기라고요?

"집 나간 심장 찾습니다" (네이버 아이디 hgxy****)

어제(28일)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의 관람평입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욕이 나왔다는 후기도 공개되며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의 한 정신병원이 영화의 배경이죠. 이곳은 2012년 CNN이 꼽은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에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봉 전부터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개봉을 염려하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바로 경기도 광주시 주민들입니다.

"영화가 친환경적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문화재 가치를 저하할 우려가 있다. 곤지암을 공포체험 장소로 오인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경기도 광주시 관계자

해당 병원 소유주는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습니다. 영화 개봉으로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병원 건물을 처분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법원은 영화가 꾸며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곤지암'은 명백히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포영화에 불과할 뿐 부동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괴이한 소문은 한참 전부터 세간에 퍼져 여러 매체에서도 보도됐다" 재판부

다만 제작사와 배급사는 논란을 의식해 영화 속 장소와 이름, 사건 등이 허구임을 밝히는 자막을 영화의 시작과 끝에 삽입했는데요.

실존 장소를 공포영화 소재로 사용한 것에 대해 누리꾼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곤지암 정신병원 인근 주민들만 불쌍해지네,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 가 보려고 난리 칠 듯" 네이버 아이디 mdzw****

"폐 정신병원에 대한 상상력으로 영화 만든 거니까 집값 떨어질까 봐 걱정 마세요" 네이버 마츄

이전에도 실제 장소가 스릴러 영화의 배경과 연관돼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죠. 전라남도 곡성군 주민들 역시 2016년 5월 영화 '곡성(哭聲)'이 개봉하자 지역 이미지를 우려했는데요.

"영화 곡성 개봉이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이를 통해 우리 고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죠. 이곳을 모르는 분들이 찾아오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유근기 전라남도 곡성군수

하지만 곡성군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영화를 지역 홍보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개봉 직후인 5~6월 곡성을 찾은 관광객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5만 명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한 전문가는 곤지암 주민들도 곡성의 사례처럼 소모적인 논쟁을 펴기 보다는 마케팅 소재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곤지암 논란은 영화의 허구적인 설정과 실제,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영화가 디스토피아를 그린다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영화와 상반된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데 활용할 수 있는 탄력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영화평론가 서정남

영화 '곤지암'을 두고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과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강혜영 이한나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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