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삶의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지였습니다.
영부인이기 이전에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는데요.
시련과 영광이 함께 했던 97년의 삶을 김철중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1922년 서울의 유복한 가정에서 6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이희호 여사.
이화여전과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여성운동가였습니다.
[민흥숙 / 서울YWCA 명예이사]
"한국에 돌아와보니 여성들의 지위가 낙후돼 있고, 그런 것들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면서 여권신장 운동에 앞장서서 일을 하셨습니다."
1962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결혼은 이 여사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주변에서는 가난한 정치 신인이자 첫 부인과 사별한 김 전 대통령과의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사는 "서로 공유한 꿈에 대한 신뢰가 그와 나를 동여맨 끈"이라며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 열흘 만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반혁명 혐의'로 체포된 겁니다.
투옥된 김 전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고, 옥바라지에도 온 힘을 쏟았습니다.
[김옥두 / 전 국회의원 (당시 비서관)]
"(엽서 한장에) 앞뒤로 몇 만자의 글씨를 써요. 고생하고 계시는 의원님을 생각해서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펑펑 울 때도 있었어요."
1998년 김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76세에 역대 최고령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 여사.
훗날 여성부의 토대가 된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여성 인권에 앞장섰습니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으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희호 / 여사(2013년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개관식)]
"남편은 한 평생 행동하는 양심, 화해와 용서를 강조했습니다."
2015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희호 / 여사(2015년 방북 직후 기자회견)]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러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 옆에서 굴곡진 현대사를 헤쳐온 이 여사.
이제 시련과 영광의 반세기를 함께한 김 전 대통령의 곁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채널A 뉴스 김철중입니다.
tnf@donga.com
영상편집: 김민정
그래픽: 박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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