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쓰레기 수사. 들어보셨나요?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고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잡기 위해 탐정 못지 않게 수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찾아내 과태료를 물린다는데,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제가 들고 있는 이 검은 봉지는 지하철역 승강장 내 버려져 있었던 쓰레기 봉지입니다. 안에 과연 뭐가 들어있는지 한번 볼까요? 달걀 껍데기도 있고요, 먹다 버린 즉석밥도 있고, 깨진 컵 잔해도 들어있습니다. 모두 집 안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생활쓰레기들이 봉지 안에 한데 섞여져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 버려진 생활쓰레기 때문에 환경미화원분들만 곤욕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른 아침, 서울 사당역을 찾았습니다.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손에 검정 비닐봉지를 든 두 명이 눈에 띕니다.

곧장 역사 안 쓰레기통으로 향하더니, 비닐봉지를 버리고 태연히 돌아섭니다.

이들만이 아닙니다. 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버리고 자리를 떠납니다.

봉지 안엔 낡은 신발이 들어있기도 하고요,

부피가 큰 종이봉투엔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용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잠시 후 한 젊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비닐봉지를 버리는데요. 과일 껍질과 과자 봉투 등 온갖 생활쓰레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피디]
저기요,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쓰레기 무단투기자 A씨]
종량제봉투가 없어서 그냥 버렸어요.

NA. 슬쩍 버리고 가는 또다른 남성.

[쓰레기 무단투기자 B씨]
(불법인 줄) 몰랐어요. 처음이에요, 가지고 갈게요.

금지문에도 무단 투기는 줄지 않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은 안 해도 될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영찬 / 지하철 환경미화원]
이거 계란... 이거 봐요, 여기 음식물 나왔잖아 이렇게. 생선, 돈가스 이런 거네. 행주네 행주 이런 건.

[피디]
얘기해보신 적도 있으세요? 혹시. 버리지 말라고?

[이영찬 / 지하철 환경미화원]
얘기하죠. 얘기해도‘네, 알았습니다’하고 그때뿐이야.

CCTV가 없는 화장실 내부의 쓰레기통은 더 심합니다.

[오순옥 /지하철 환경미화원]
이거 화장실에서 나온 거야, 오늘. 쓰레기통에다 이렇게 버리고 가요, 새벽에. 장난 아니야, 아휴

누군가 냉장고 정리를 한 모양인데요.

[오순옥 /지하철 환경미화원]
집안 쓰레기는 집안에서 버려야지

버스정거장 쓰레기통도 마찬가집니다. 까만 봉지를 들고 온 남자는 억지로 밀어 넣어 버립니다.

[쓰레기 무단투기자 C씨]
그냥 쓰레기요. 편의점에서 가져왔어요.

그냥 쓰레기 아닙니다. 음식물 쓰레기였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자 C씨]
집 앞에는 버릴 데가 없어서 밖에다 버려요.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입니다.

[조동옥 / 환경미화원]
이런 뼈들을 갖다 버리고 있다고요. 이건 정말 아닌거 같습니다.

이런 무단 투기를 막고자 구청이 나섰는데요,

신고를 받고 단속반이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고미정 / 서울시 중구청 폐기물관리팀]
일반 쓰레기랑 음식물이랑 다 혼합을 해서 그냥 배출해 놓은 상태예요.

쓰레기 속에서 버려진 고지서를 찾아 주소를 확인해 증거 사진을 찍은 뒤, 무단 투기한 사람의 집까지 찾아갑니다.

[강철 / 서울시 중구청 폐기물관리팀]
여기 같은데?

[고미정 / 서울시 중구청 폐기물관리팀]
계세요?

집은 비어 있었습니다.

[고미정 / 서울시 중구청 폐기물관리팀]
이렇게 방문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전화로 해서 과태료 부과를 하는 거죠.

무단 투기된 쓰레기 봉투 안에 찢어서 버려진 고지서와 영수증 조각들이 보이는데요.

단속반은 종이조각 퍼즐 맞추기를 해서 주인 A씨를 찾아냈고, 그는 과태료 20만 원을 물었습니다.

슬그머니 도로변에 정차한 하얀색 승합차에서 내려 쓰레기를 버리고 사라진 B씨는 CCTV에 차량 번호판과 얼굴이 찍혔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홍창무/ 서울시 중구청 폐기물관리팀장]
저희가 웬만하면 과태료를 물립니다. CCTV나 영수증 고지서를 증거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하셔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혹시 가슴 뜨끔하셨던 분, 있지 않으셨나요? 쓰레기와 함께 양심을 버리는 행동,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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