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우유 대신 젖소를"…폐허된 한국 찾은 항해하는 목동들

[앵커]

70년 전 일어난 전쟁은 이 땅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먹을 것도 머물 곳도 마땅치 않던 시절, 바다를 건너와 가축을 전해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 농촌에 희망을 건넨 '항해하는 목동'의 이야기를 방준혁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젖소와 양, 염소 등 다양한 가축이 목동들의 손에 이끌려 배에 오릅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태평양 너머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반도.

멀미에 시달리는 가축을 돌보며 7주간의 긴 항해 끝에 부산항에 도착합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에 가축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노아의 방주 작전입니다.

전쟁의 상흔이 깊게 패인 땅에서 이들은 희망의 불씨를 찾았다고 기록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전쟁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서 위대한 희망을 봤습니다. 전 세계는 한국의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우유 한 잔을 주기보다 젖소 한 마리를 보내 자립을 돕자.

가축을 전할 뿐 아니라 사육 방법 등을 교육하고, 농가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했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미래의 농부를 길러냈습니다.

농가에 기증한 젖소가 첫 새끼를 낳으면 다른 농가에 제공하도록 하는 '선물 이어가기'는 상생의 기틀이 됐습니다.

헤퍼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1976년까지 21만여개의 종란과 3,200여마리의 가축을 한국에 보냈습니다.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가 드넓은 대양을 건넜습니다.

"미국의 원조, 엄청난 소나 가축들이 왔죠. 그래서 우리가 참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헤퍼의 가축 구호 사업은 전쟁으로 망가진 한국의 축산업을 일으키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희망을 전하는 헤퍼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팔의 농가, 가난한 농가로 (소를) 보내기로 생각,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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