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은폐·회유 급급…죽음까지 외면한 ‘군 성폭력’

  • 3년 전


Q1. 이 사건, 한 주 동안 우리 국민들을 가장 분노하게 한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기자, 공군 군사경찰이 차량 블랙박스를 초기에 확보할 정도로 핵심 증거가 확실했지만 축소와 늑장 보고가 이어진거죠?

기자) 네. 이 사건, 약 3달 전 피해자 이 중사가 부대 동료들과 술 자리 갖고 귀가하던 도중, 차량 안에서 선임인 장 중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건입니다.

"하지 말아 달라"는 이 중사의 절박한 목소리도 차량 블랙박스에 모두 녹음이 되었고, 이 중사의 변호인은 "피해 신고 이후 해당 부대 군사경찰이 곧바로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고 주장합니다.

군사경찰이 핵심증거를 확보했지만 가해자인 장 중사를 사건 발생 15일 지난 시점에서 조사해 초동수사 부실 의혹이 제기됩니다.

Q2. 그렇다면 부대 책임자들은 바로 성추행 사실을 인지했다는건데요.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조직적 은폐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지금 계속 되고 있거든요.

기자) 네 그 부분에 대한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를 당한 이 중사는 다음날 부대에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는 게 원칙인데요, 이 중사는 두 달 휴가 기간과 부대 이동 이후에도
주변의 회유와 강압을 느낄 수 있는 위치에 노출됐습니다.

또 성 비위 사건의 경우 '즉시 보고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는 이 중사가 숨진 뒤 이뤄졌습니다.

Q3. 결국 사건 발생 석 달 만에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구속이 됐습니다만, 조직적 은폐 의혹을 받는 상관들도 있잖아요. 이 사람들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사건 직후 직속상관인 노 상사는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인물로 지목되고 있고요,

유족은 이 중사의 피해를 처음 알게된 노 상사와 노 준위를 추가로 고소했습니다.

유족 측 고소장에는 또 다른 1명이 등장합니다.

파견 나온 A부사관인데 1년 전 이 중사를 추행했다는 주장입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조직적인 회유와 사건 은폐 시도같은 2차 가해 정황 수사를 하겠다며 해당 부대 등을 어제가 되어서야 압수수색했습니다.

Q4. 이 사건으로 공군의 총지휘관인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공군총장 1명이 군복을 벗는다고 해서 이같은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순 없을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앞서 서욱 국방부장관이 유족을 찾아 "딸 둘을 둔 아버지로서 낱낱이 수사하겠다"고 위로했지만 세상을 떠난 이 중사는 다시 살아돌아오지 않습니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뒤늦게 내려지는 조치는 가해자 중심의 처벌, 그리고 상관들에 대한 문책입니다.

관련자 문책이 두려워 폐쇄적인 군대 내에서 은폐와 축소 관행이 반복된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선 결과만을 놓고 지휘관을 문책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보고, 피해자 보호 등 사후 처리 과정 지휘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살펴보고 인사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습니다.

Q5. 군 사법체계가 지휘관 의사가 반영될 수 밖에 없어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기자) 네 현행법은 가해자가 군인이면 피해자 의사와 상관 없이 1심, 2심 재판을 모두 군사법원에서만 받습니다.

초기 수사를 하는 군 경찰만이 아니라 군 검찰, 그리고 법원까지 모두 군인입니다.

피해자보다 군 전체를 우선하는 수사와 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군 사법체제에 민간이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건을 보다, 이서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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