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편 날이 더울수록 소방관들은 더 바빠집니다.
불 나서가 아니라 온갖 민원들이 폭주해서 그렇다는데 힘이 쭉 빠지는 일도 왕왕 있습니다.
현장 카메라 장하얀 기자가 같이 하루를 보내봤습니다.
[기자]
저는 지금 강남 소방서에 나와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차량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 중인데요. 유독 여름철만 되면 소방대원들이 바쁘다고 합니다. 이유가 뭔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오전 10시 20분,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합니다.
지하철역에 생긴 말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돌려 돌려, 한바퀴 돌려, 채. 오케이, 마무리하자.
(더운데 금방 와주셔서 감사해요!)"
3분 만에 벌집을 제거했지만 보호복은 금세 하얗게 습기가 찼습니다.
[백록담 / 강남소방서 소방대원]
"(지금 보면 습기도 있고.) 벌이 들어오지 못하게 다 막혀있습니다. 저희가 안 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그래서 다 작업합니다."
현장 출동은 신속함이 생명.
옷 갈아입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방화복과 신발을 연결해 놨습니다.
[손형민 / 강남소방서 소방대원]
"나가는 시간까지 재면서 신속히 현장에 대비할 수 있는지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 빨리 입으려고 저렇게 해둔 거거든요."
숨돌릴 틈도 없이 건물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접수 됐습니다.
방화복도 채 갈아입지 못하고 출동합니다.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화재는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인데 기온이 32도로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 소방대원들은 통풍이 안 되는 방화복을 입고 계속 화재 진압중입니다.
화염의 열기에 폭염까지, 금세 얼굴엔 땀이 한가득입니다.
생수를 끼얹어보지만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박진혁 / 강남소방서 소방대원]
"장비 무게가 20kg 되거든요. 조금만 활동해도 안에 열이 안 빠져나가서."
9시간 근무동안 8건의 출동이 이어졌습니다.
소방대원이 집게로 신발장 아래를 쑤시자 뱀 한마리가 나옵니다.
[현장음]
"눌러, 눌러, 머리 눌러."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서 뱀을 잡아달라는 신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민경승 / 괴산소방서 소방대원]
"하루에 많을 때는 2,3건, 일반인들이 뱀 잡기 힘들잖아요. 저희는 장비를 이용해서 안전하게 잡으니까."
차량에서 탈출한 돼지를 잡는 것도 소방대원들 몫입니다.
[현장음]
"빨리 넣어, 빨리 넣어."
관광지를 찾는 여행객이 늘다보니 수상 순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여름철 소방대원 출동건수는 다른 달보다 최대 6배 넘게 급증합니다.
장마나 폭염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출동부터 벌집 제거나 동물 포획 같은 신고가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민경승 / 괴산소방서 소방대원]
"지나가는 개를 잡아달라는 신고를 많이 해주시거든요. 생활민원으로 인해 (화재)요구조자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까."
잠긴 문을 열어달라는 등 소소한 생활민원까지 늘면서 소방관들 힘을 빼놓습니다.
[이용진 / 강남소방서 구조대장]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나가야한다는 걸 알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안에 사람이 있다고 신고해서 가보면 단순 문개방…"
화재 진압, 인명 구조, 방역 현장에서 맹활약하는 소방대원들 덕분에 오늘도 안전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장하얀입니다.
영상취재: 권재우
영상편집: 이혜리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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