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앵커]
한 국가를 조용히 사라지게 하려면 전쟁이나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게 뭘까요.

저출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OECD 꼴찌. 유일한 0명대 합계출산율. 그것도 올해는 더 떨어져서 0.7명대로 곤두박질칩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사라지고 교실 주인은 이미 바뀌고 있습니다.

심각한 저출산 실태를 서상희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이었는데요. 지금은 이렇게 요양원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안으로 직접 들어가보겠습니다.

복도를 따라 자리잡은 병실들.

책걸상이 있던 교실에는 요양원 침대가 들어섰고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던 유치원 곳곳엔 어르신들을 위한 재활기구가 설치됐습니다.

30년간 유치원을 운영해온 원장은 지난 2월, 요양원으로 전업을 결정했습니다.

[황미진 / 요양원장(유치원에서 전업)]
"(과거 입학 대기가) 200명, 150명 이렇게도 됐었어요. (최근 정원이) 100으로 볼 때는 65% 정도.
유치원의 65%는 정말 힘듭니다. 고령화도 많이 생각했기 때문에…"

올 2월 유치원에선 폐원을 앞두고 마지막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황미진 / 요양원장]
"마무리할 때도 선생님들도 정리해야 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마음이 아팠죠."

최근 어린이집이나 사립 유치원을 노인 요양시설로 바꿀 수 있느냐는 문의도 잇따릅니다.

[한민우 / 컨설팅 업체 대표]
"(원생 수 감소로) 경영난에 빠지게 되고 폐업을 하고, 건물이 남잖아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니 건물을 처분하기도 어려우신 거예요."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은 법적으로 요양원과 같은 '노유자 시설'에 속해 용도 변경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합니다.

법적 기준에 따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고 창문 크기를 넓히는 등의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 됩니다.

[정영식 / 시공사 대표]
"바닥 면적의 7분의 1만큼 개방감을 줘야 합니다. 의무사항입니다. 창문 있는 쪽에만 침실을 구성하고 있어요."

실제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숫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요양원은 2018년 3389개소에서 올해 9월 4312개소로 천곳 가까이 늘어난 상황.

저출산의 그림자는 보육 현장의 모습도 바꾸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상희입니다.

영상취재 : 임채언
영상편집 : 이혜리


서상희 기자 with@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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