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던 12살 손자가 숨졌죠.
할머니는 손주도 잃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상황에 놓였었는데, 경찰이 사고 발생 10개월 만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백승우 기자와 사건을 보다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1. 백 기자, 이번 결론으로 할머니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거죠?
네, 먼저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사고 먼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 먼저 보시죠.
[현장음]
"이게(브레이크) 안 돼.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
갑자기 급가속하며 내달리는 차량, 12살 손자의 이름을 부르는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무려 1km를 내달린 뒤 굴다리 아래로 추락했고 도현 군은 숨졌는데요,
경찰은 운전자였던 할머니에 대해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10개월 만인 지난 17일,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Q2. 영상을 보면, 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려요. 할머니가 혐의를 벗었다는 건, 급발진 결론이 난건가요?
사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국과수는 차량의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며 할머니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국과수 의견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거는 블랙박스 '음향 분석 결과'였습니다.
법원이 선정한 민간 전문기관이 국과수와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건데요.
"할머니가 굉음 발생 직전 변속 기어를 조작했다"는 국과수와 달리, 민간 전문기관은 "음향 분석 결과 기어 조작은 없었다"고 분석한 겁니다.
경찰은 "국과수는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다"라며 할머니 과실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린 겁니다.
Q3. 결국, 혐의를 벗었지만 사고 이후로 10개월간 유족들은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구요?
할머니의 아들이자, 숨진 이도현 군의 아버지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이상훈 /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일단 감사하기도 하고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상훈 / 고 이도현 군 아버지]
"(할머니는) 그게 다 무슨 상관이냐고. 도현이가 없는데 내가 감옥살이를 하던 이렇게 그냥 지내든 그게 다 무슨 소용 있냐고 하시면서 하염없이 많이 우셨어요."
지난 설 명절 때 있었던 일을 얘기하시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상훈 /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설 명절 때 그때 그냥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제 어머니를 찾아뵀죠. 저희가 문턱을 넘어선 순간 어머니가 달려나오시면서 무릎을 꿇으시더라고요."
[이상훈 / 고 이도현 군 아버지]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너희한테 사죄한다고 하시는데 정말 뒤돌아서 못 본 채 뛰어나와서 경포 바다로 가서 그냥 한없이 울었던 것 같아요."
Q4. 그런데 유족들에겐 아직 사건이 끝난 게 아니라구요?
네, 유족들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사고의 원인인 차량 급발진 여부 등을 유족이 입증해야만 합니다.
대기업을 상대로 쉽지 않은 싸움이죠, 그렇다보니 유족들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입증 책임을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아닌 제조사에 지우도록 하자며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라며 관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건을 보다였습니다.
백승우 기자 strip@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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