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월 전
생태계의 조화와 순환을 심도 있게 탐구한 조각과 설치작품이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이길래 작가와 댄 리 작가는 국적도, 세대도, 표현방식도 다르지만 작품의 지향점이 서로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6 미터 넘게 치솟은 나무의 밑동,

사방으로 뻗은 잔뿌리들이 콘크리트조차 뚫을 것 같은 원초적 생명력을 뿜어냅니다.

동파이프를 얇게 자른 단면을 고리처럼 하나하나 이어붙인 작품으로 소나무 껍질 같은 금속 표면엔 오랜 세월의 풍상이 켜켜이 쌓인 듯합니다.

[이길래 / 작가 : 산업용 동파이프를 가락지처럼 잘라서요. 그거를 하나하나 용접해서 어떤 물성을 이루고, 어떤 생명체를 이루는 형태로 가는데 그거는 하나하나를 그 단위를 생명체의 세포 단위로 생각한 거죠.]

이길래 작가는 한국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소나무 형상으로 통합적 세계관을 확장해왔습니다.

이번엔 생명체인 나무와 무생물인 돌, 구리와 시멘트, 자연과 인공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의 조화를 표현합니다.

[이길래 / 작가 :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 또 생명체가 있는 거 또 생명체가 없는 것들도 서로 유기체적으로 다 연결이 돼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생명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거죠.]

강황으로 물들인 직물 아래 옹기와 짚, 삼베와 밧줄, 흙더미 등이 서로 얽혀있습니다.

천장에 국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가운데 흙더미 속에선 새싹과 버섯 종자가 자라고, 옹기 안에선 쌀과 누룩이 엉켜 냄새를 풍깁니다.

인도네시아계 브라질 작가인 댄 리는 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자연 재료로 부패와 발효를 표현하며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등 이분법을 넘어 전환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댄 리 / 브라질 작가 : 부패는 삶과 죽음의 (이분법적) 서사를 깨뜨립니다. 실제로 부패는 삶에 더 가깝고, 죽음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발효 문화와 삼년상 등 장례 문화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은 전시 기간 내내 빛과 곰팡이, 효소 등과 어우러져 변화를 거듭하며 관객에게 생태계의 순환과 공존을 체험하게 합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동형 김종완



■ 전시 정보

2024년 1월 25일~4월 21일
사비나미술관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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