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주 전
요즘 기업에선 '만년 차장', '만년 부장'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람을 실패자로 보는 건 옛말이고,

이제는 자기 의지로 승진을 포기하는, 이른바 '의도적 언보싱'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무슨 사정인지 살펴볼까요?

'의도적 언보싱', 해석하자면 의도적으로 승진을 최대한 늦추거나 피하려는 경향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특정 직급 이상으로 승진하면 연봉제를 적용받고 인사고과 압박도 커지는 데다 노조 조합원 자격까지 잃게 되니까 차라리 승진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건데요.

이렇다 보니 이제는 대기업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도 승진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승진거부권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승진을 거부하는 현상은 과거보다 생애 주기가 길어져 개인의 안정과 노후 대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기 때문인데요.

'임원은 임시직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고위직이 돼서 매년 재계약에 마음을 졸이느니 낮은 곳에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게 낫다는 겁니다.

또 과거보다 임원이 누리던 혜택이 줄어들고 실적 악화 등 문제가 발생하면 해고되는 등 책임은 커진 점도 임원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런 승진 거부 현상은 '임원'까지 한참 남은 MZ 세대 직장인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해 5월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승진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54.8%는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라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고,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 역시 현실적인 안정을 택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이처럼 승진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승진을 동기 삼아 의욕적으로 일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사라지면 조직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무사안일주의가 확산하게 되겠죠.

성과와 기여도 기반으로 보상수준이 달라지도록 조직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갈수록 확산하는 '승진 거부' 분위기에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 조진혁
자막뉴스 | 이선, 안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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