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59년 전 바로 오늘,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했습니다.

4.19 혁명이 일어나고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측근들은 잘 돼간다고만 보고했다는 일화. 

최초의 정치 풍자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승만]
"(비서: 각하께서 뭘 물으시거든, 그저 모릅니다. 잘돼갑니다라고만 대답해요). 자네가 그렇게 이발을 잘 하나, 어디 한번 솜씨좀 보여주게."

지금 들으신 목소리,

라디오 드라마가 인기였던 시절, 이 전 대통령 역할을 전담했던 성우 구민 씨입니다.

LA에 살고 있는 그를 황규락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중학교때부터 성우를 시작해 우리나라 1세대 연기자로 활약했던 구민 씨.

1967년 시작한 동아 방송의 라디오 연속극 "잘 돼갑니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DBS 방송 중 이승만 역]
"내 머리는 말이야 관자놀이부터 위쪽이 옆으로 튀어나왔어. 잘 연구해서, 미남자로 만들어봐."

[구민 / 성우]
"(라디오 속) 이 박사의 목소리가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이냐 구민의 연기 목소리냐, (사람들이) 내기들을 하신 모양이에요."

라디오 속 목소리가 실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너무 닮아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하던 당시 경무대 사람들도 착각했을 정도.

[이승만 전 대통령 연설 (1952년)]
"우리가 같이 일하며 같이 희생하며 우리가 같이 싸워서 마침내 승전할 것입니다."

[구민 / 성우]
"오직 하나 되라는 뜻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수십년간 이 전 대통령 목소리를 도맡아하며 광고 제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거절했고

[구민 / 성우]
"상품 선전하는 게 우습더라고. 어쨌든 초대 대통령이신데, 그거 가지고 은수저(광고) 역할을 했는데, 1회 딱 나가고 취소를 했죠."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연구하며 인생을 쏟았습니다.

[구민 / 성우]
"소리는 부드럽고 원만하고 아주 포용력 있고 세상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사랑하는 사람 같지만, 상당히 찬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채널A 뉴스 황규락입니다.

황규락 기자 rocku@donga.com
영상취재 : 조영웅(VJ)
영상편집 : 민병석
그래픽 : 박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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