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법률가 이런 전문직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먹고 사는 걱정은 안 하는 전문직입니다.
그렇지만 또 그 사회를 벗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맨바닥에서 시작한다는 굳은 각오로 탈출했지만 남한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검사 출신 탈북자들 얘기를 들어보시죠. 박수유 기자입니다.
[리포트]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교재도 훑어봅니다.
한 때 함경북도 양강도에서 촉망받는 검사였던 50살 김은덕 씨.
2년 전 탈북해 택배 일을 하며 하루 8만 원 일당도 벌어도 봤지만, 코로나 탓에 그마저도 끊겼습니다.
[김은덕 / 전 양강도 검사]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물류센터 나가서 알바도 하고 정기적인 수입은 없어요."
동생의 탈북 탓에 검사직에 해임된 뒤 한국으로 왔지만 10년의 군 복무 경력과 2년간의 법대 공부는 한국에선 무용지물입니다.
[김은덕 / 전 양강도 검사]
"희망을 갖고 왔죠. 전에 고위급 있던 사람들도 주요 요직에서 다 일하거든요. 그때는 정부가 달랐잖아요. 나를 드러내지 않는 기간이에요."
30살의 나이로 북한 최연소 검사가 된 이정국 씨.
새벽 4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시장에서 경비 일을 하면서도 통일 대한민국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이정국 / 전 북한 검사]
"먼저 온 통일 아닙니까. 일꾼들로 키워서 통일대업을 위해 우리를 효과적으로 좀 써먹었으면 좋겠다."
삼권분립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수사와 기소는 물론 주민 감시 권한까지 갖고 있는 검사는 판사보다 위상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 변호사들처럼 북한출신 변호사들이 한국에서도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한명섭 / 북한법 전문 변호사]
"북한은 우리 헌법상 외국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해서 외국법자문사는 아니거든요."
북한 김정은 정권은 탈북민들이 한국에 가봐야 더 어려운 삶을 산다며 내부 단속에 나서는 상황.
고위급 탈북자나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박수유입니다.
박수유 기자 aporia@donga.com
영상취재 박희현
영상편집 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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