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공장식 수술’에 목숨 잃은 청년…엄마는 지금도 싸운다

  • 3년 전


군복무를 마친 청년은 대학 복학의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도 받기로 했습니다.

이게 마지막일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 9월, 수술도중 과다출혈로 생을 마감한 권대희 씨의 얘기입니다.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는 아들 사망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진실.

[이나금 / 고 권대희 씨 어머니]
"죽은 사람만 억울하잖아. 죽은 사람만…"

수술대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내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만 흐릅니다.

Q1. 사건이 발생한지 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병원장이 결국 구속됐군요?

지난 2016년 9월,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권대희 씨가 수술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숨졌는데, 최근 재판에서 권 씨의 집도의였던 성형외과 원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재판부는 수술과정에서 의료진의 부주의로 권 씨가 죽음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을 갓 졸업한 초짜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대리수술을 비롯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켰다는 혐의도 인정됐습니다.

Q2. 같은 시간에 의사 한명이 여러명의 환자를 수술했다는 게 문제인데, 응급조치도 안 이뤄졌다면서요?

재판부는 '공장식 수술'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권대희 씨의 수술이 시작된 2016년 9월 8일 낮 12시 반,

병원장은 권 씨 외에도 2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수술실에 들어간 마취의가 환자의 마취를 끝내고 나면 원장이 들어가서 턱이나 광대 부위를 절개하는 방식이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술부위 봉합과 세척은 환자에게 사전공지도 되지 않은 초짜의사가 맡았고, 지혈을 하고 수술부위를 압박붕대로 감아 마무리 하는 건 간호조무사 담당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공장식 수술라인을 돌리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습니다.

Q3. 의료분쟁에서 병원이나 의료진 과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어머니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고요?

저희는 2018년 '더깊은 뉴스'와 지난 6월 '끝을 보는 리포트'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논쟁을 보도하면서 권대희 씨 사건을 다룬 적이 있는데,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렇게 얘기했었습니다.

[이나금 / 고 권대희 씨 어머니(지난 6월)]
"CCTV가 없었으면 제가 소송 자체를 못 했죠. 제가 지금 만 5년이 다 돼갑니다. 햇수로 6년째인데 지치지 않고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근원이 수술실 CCTV 때문에 그렇습니다. 의료범죄는 말그대로 범죄거든요. 그건 형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거죠. 이게 처벌이 안 되니까 수술실이 공장처럼 활용되는 거예요."

재판부는 "지난 수년간 수술실 CCTV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의 행적을 분단위, 심지어 초단위까지 확인하며 아들 사망의 진실을 밝히려는 어머니의 처절한 행적이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Q4. 병원장이 법적구속됐다고는 하지만, 아들을 잃은 어머니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을 거 같습니다?

재판을 지켜본 권 씨의 어머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나금 / 권대희 씨 어머니(그제)]
"죄명 자체가 살인죄나 상해치사죄로 기소가 안 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을 공장식으로 한 게 그게 어떻게 살인죄나 상해치사죄가 적용이 안 된다는 말입니까?"

Q5. 살인죄나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가능할까요?

죽이려는 의도, 다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환자를 해하려 했다는 이 '고의성'을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지석 / 변호사]
"3개의 수술을 동시에 시행할 경우 누군가 그 중에 한명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살인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망의 결과를 인지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고의범으로 살인죄 처벌이 가능하다고…"

권 씨의 어머니는 항소심에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정구속된 성형외과 원장도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했다고 합니다.

선고 전 최후진술에선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했었죠.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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