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잊을 만하면 탈출…사고 키우는 곰 농장

  • 2년 전


[앵커]
최근 울산의 농장에서 키우던 곰이 탈출해 농장주인 부부를 숨지게 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죠.

이렇게 곰 농장에서 곰이 탈출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사유재산으로 인정돼 위험하게 방치된 곰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농장에 날카로운 총성이 울립니다.

[현장음]
"쐈다."

지난 8일 탈출했던 반달곰이 엽사의 총에 맞아 사살됩니다.

곰은 농장주 부부를 덮쳐 숨지게 했습니다.

부부가 지난 2018년 경기도 용인의 농장에서 데려와 기르던 곰이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
"경기도 농장에서 계약해서 임대했다고 돼 있거든요. 계속 돌려보내라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곰을 임대해줬다는 용인의 농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산중턱에 바닥이 철망으로 된 뜬장이 길게 놓여 있습니다.

환경당국은 이 농장에서 불법 증식한 새끼 곰을 울산 농장에 보낸 걸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곰은 사육용과 전시관람용으로 구분되는데, 증식이 가능한 건 동물원에 있는 전시관람용 곰뿐입니다.

그런데 용인 농장에는 전시관람용 곰들이 있는 것으로 환경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반달곰은 매매도 금지돼 있습니다.

농장주는 임대라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당국은 임대를 가장한 매매로 보고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용인 농장에서도 곰이 탈출한 이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곰이 두 차례나 탈출한 농장입니다.

철장 너머엔 곰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이곳엔 웅담 채취를 위해 곰 13마리를 사육 중입니다.

농장주는 지난해에도 불법 증식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살고 출소했지만, 지금도 곰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곰이 탈출할까봐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동네 주민]
"여기 아이들도 많아요. 한동안 곰이 탈출했을 때는 못 걸어다녔어요."

[동네 주민]
"녹이 슬고 오래된 철장이긴 한데, 곰이 힘이 세잖아. 민가랑 너무 가깝고 이쪽 다 등산로거든. 위험하잖아."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
"(탈출을 막기 위한) 시설 개선명령을 내리고는 있거든요. 그런데 농장주가 저희가 원하는 것만큼 안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곰이 사유재산이고 그쪽 땅도 다 사유재산이다 보니까."
 
1981년 농가소득 증대를 명분으로 시작한 반달곰 수입은 4년 만에 멸종위기종 보호 목적으로 금지됐습니다.

문제는 수입 금지 전 들여와 사육이 허가된 곰이 불법 증식에 쓰여도,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몰수나 처벌이 어렵다는 겁니다.

[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담당 기관에서도 (문제를) 인지는 하고 계세요. 곰도 사유재산으로 속하기 때문에 빼앗아 올 수는 없는 상황인 거죠."

전국에 사육되는 반달곰은 319마리.

사육농장도 22곳에 이릅니다.

비위생적이고 탈출 위험이 높은 곳도 적지 않습니다.

[○○ 곰농장주]
"바닥이 다 이렇게 썩어서 내려앉아요. 용접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거든요. 자발적으로 (수리)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올해 초 정부와 농가는 곰 사육을 종식하고, 국가가 보호시설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난 5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의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탈출 사고를 막을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홍주형
AD : 나난현


남영주 기자 dragonbal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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