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펜스도 없는 등굣길…옹벽 위를 걷는 아이들

  • 작년


[앵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입니다.

저출생에 아이가 귀한데도 정작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조차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현장카메라, 배영진 기자입니다.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화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관리 허점이 곳곳에 드러나면서 대책이 절실합니다.

위험에 노출된 어린이보호구역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하역작업 도중 떨어진 1.5톤 원형 화물에 소중한 생명을 잃은 예서.

사고를 낸 지게차 운전자가 무면허였던 게 드러나 공분을 더 키웠습니다.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거리엔 불법주차 금지 현수막이 내걸렸고, 학부모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등굣길을 뒷짐지고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유은영 / 부산 영도구]
"작은애가 (예서) 친구였거든요. 다른 건 바라는 건 없고 안전.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초등학교에서 위험한 등굣길은 이곳 만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후문, 아이들이 등교를 위해 옹벽 위를 걸어 학교로 갑니다.

후문에서 큰 길로 이어지는 100미터 구간 통학로가 한 아파트 단지 내 옹벽 위에 놓인 겁니다.

높이가 무려 2미터를 훌쩍 넘지만 아이들을 보호할 펜스 하나 없습니다.

추락할 위험이 커 보이지만 수십년 째 이대롭니다.

[김정운 / 부산 영도구]
"누구나 장난치면서 살짝 밀면은 바로 떨어지는 구간이거든요. 아직 저 상태로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관할 구청은 지난 2019년 옹벽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려 했지만 일부 주민들 반발에 뜻을 접었습니다.

주차 공간이 줄어든다는 이유였습니다.

[아파트 주민]
"우리가 차단하면, 우리가 못 가게 하면 못 갑니다. 여기에 펜스를 치면 주차를 못해요."

사고나기 불과 20일전에는 부산시교육청이 이 학교를 찾아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교육감과 구청장, 경찰 관계자까지 모여 일대를 둘러봤지만 사고도 막지 못했고, 바뀐 것도 없습니다.

[황예서 양 아버지]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기 위한 회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회의를 한 그 달에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이게 말이 되는 말입니까."

다른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안전 펜스가 없는 데다, 인도 폭도 성인 한걸음 정도로 좁습니다.

그나마 관할구청은 등교시간 1시간 동안 이 도로를 일방통행하도록 지정했지만, 하교시간엔 다시 복잡한 양방향 통행입니다.

학원 차량과 불법 주정차 차량에 아이들이 뒤엉키면서 일대는 순식간에 혼잡해집니다.

[초등학생]
"학원 차가 지나가면, 저희가 다닐 곳이 없어요. 저기에 불법 주차하면, 옆으로 비켜갈 곳도 없어요."

일방통행으로 바꾸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의 이해가 엇갈린 속에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한 등굣길을 다니고 있는 겁니다.

현장카메라 배영진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승
영상편집 :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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