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산사태로 15명 숨졌는데…깎인 산비탈 그대로

  • 4개월 전


[앵커]
지난해 여름 폭우로 산사태가 났던 경북 예천에선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었죠. 

산사태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고, 주민들은 언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김태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퍼붓는 폭우에 쏟아져 내린 산비탈  경북 예천의 5개 마을이 한꺼번에 토사에 깔렸습니다. 

당시 사고로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다시 가봤습니다.

산사태로 집을 잃은 박종철 씨 가족은 25제곱미터, 여덟 평짜리 조립식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원래 살던 집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종철 / 경북 예천군]
"우리 집이 (무너지면서) 이 집을 덮쳤지. 여기도 우사 창고가 있었는데, 똑같아요. 그게 다 내려오면서 도미노처럼…"

마을로 내려온 토사와 돌들은 거의 치웠지만, 산 위엔 아직도 산사태 흔적이 뚜렷합니다.

[김태우 / 기자]
"산사태가 일어났던 산 중턱입니다. 비탈면은 깎여나간 채 그대로 남아 있고, 곳곳에는 떠밀려온 나무들도 보입니다."

산사태 위험을 줄여줄 사방댐은 아직 착공조차 못 했습니다.

추위로 땅이 얼어있는데다 산 군데군데 사유지가 섞여 있어 행정 절차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예천 백석리 주민]
"지금 불안해하고 있어요. 7월 되면 이제 장마가 이제 많이 오는데 앞으로 작년보다도 자꾸 점점 더 온다고 하니까…"

마을 인근 농지에 짓겠다던 이주 마을 조성 작업은 아직 첫 삽도 못 떴습니다. 

[예천군청 관계자]
"문화재 지표 조사도 해야 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도 해야 되고, 2025년 초 정도는 돼야 삽을 들이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산사태로 쏟아진 1만 3천 톤의 바위와 모래에 매몰됐던 정선 피암터널.

터널 주변엔 집채만 한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고, 안쪽에도 낙석들이 꽉꽉 들어차 반대편이 보이지 않을 정돕니다. 

마치 어제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하나도 치우지 못한 채 8개월이 흘렀습니다. 

마을과 읍내를 잇는 유일한 길, 차로 4분이 걸리던 거리를 20분 넘게 돌아가야 하는 것 역시 8개월째입니다.

한창 바빠질 농번기를 생각하면 주민들은 속이 탑니다. 

[정선군 주민]
"비료, 퇴비, 기타 농자재… 뭐 많이 이제 들여와야지. 바쁠 때는 세 번 가는 때도 있고 그러니까 시간을 도로에서 뭐 한 나절씩…"

정선군청은 터널 주변을 우회하는 다리를 짓기로 했지만, 완공까지는 까마득합니다. 

[정선군청 관계자]
"올해 상반기에 설계를 완료하고 하반기에 착공 계획을 하고 있는데요, 예상 기간은 한 2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평화로운 일상이 그립기만 한 주민들, 늦어지는 복구에 한숨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 김태우입니다.


김태우 기자 burnki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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