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개월 전


[앵커]
횡단보도 건너는 일이 어르신들에겐 때론 극한 도전이 됩니다. 

걷는 속도에 비해 신호 시간이 짧다보니 횡단보도 건너다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다시간다, 김태우 기자입니다. 

[기자]
한 해 500명이 넘는 노인들이 길을 걷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특히 보행 속도보다 빠른 신호에 쫓기듯이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어떨지, 다시 가봤습니다.

한 재래시장 앞 왕복 6차선, 대각선 거리만 45m에 달하는 대형 교차로입니다.

고령의 유동 인구가 많고 차량이 몰려 혼잡하지만 길을 건널 때만큼은 여유롭습니다.

3년 전 이 일대가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횡단보도 신호 길이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보행 신호는 40초지만 노인보호구역이 되면서 보행자 속도를 초당 0.7m로 계산해 65초가 된겁니다.

하지만 불과 400m 떨어진 또 다른 시장 앞 사거리는 사정이 180도 다릅니다.

길을 건너던 중 빨간 불로 바뀐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 중간에서 허둥대는 어르신들이 자주 목격됩니다.

[최영희 / 인근 주민]
"여기 노인들 보면 미처 못 가. 내가 어떨 때는 같이 모시고 가거든."

[현장음]
"(신호가) 깜빡깜빡하니까, (차들이) 그냥 밀고 들어오니까 그게 제일 위험하더라고."

노인 교통 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지만, 정작 노인보호구역이 아닌 탓에 보행 신호가 40초 밖에 안 되는 겁니다.

6차선 횡단보도입니다.

평소 제 걸음걸이로 건너면 1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요.

노인의 신체조건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복을 입고 건너 보겠습니다.

굽은 등과 뻣뻣해진 팔다리, 제한된 시야 탓에 건너는 시간이 세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관할 구청과 경찰은 인근 교통량과 개발 사업 때문에 당장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 동대문구 관계자]
"경전철 공사 중이라 지정하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우리나라 고령 인구 10만 명당 보행 사망자 수는 7.7명,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비율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당장 보호구역 확대가 어렵다면 신호 체계를 탄력 운영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김혜빈 /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
"고령 보행자 통행이 많은 아침 시간이라든가 점심시간대는 보행 신호를 좀 더 길게 도입하면 도움이 됩니다."

싱가포르는 보행 약자 카드를 대면 시간이 연장되는 신호등을 설치해 운영중입니다.

다시간다 김태우입니다.


김태우 기자 burnki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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