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전


혹시 치매는 노인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하셨나요?

60이 채 안된 젊은 치매 환자가 요즘 크게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아직 초로기 치매환자를 돌볼 준비가 안돼 있다는겁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

하지만 전체 환자중 4%는 65살이 되기 전에 치매 판정을 받습니다.

확진을 받기 전이지만 이미 치매에 걸린 사람까지 포함하면 5명중 1명은 '젊은' 치매환자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젊은 환자의 치매진행 속도가 노인성 치매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점.

젊은 중증 치매 환자의 수도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김모 씨(59) / 치매 환자]
"(언제 진단받으신 거예요?) 모르겠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그 전에 한 거 다 잊어버렸어요, 기억이 안 났어요."

지점토로 시계 모형을 만들어 봅니다.

30년 경력의 손목시계 장인이었지만 이제는 마음처럼 손이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그럴듯한 공장까지 운영했던 성공의 기억도 3년 전 치매판정과 함께 어두운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김모 씨 / 김 씨 딸]
"(어렸을 땐) 아빠가 일 늦게 끝나고 오시니까 볼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좀 부정하고 싶었어요. 시간 지나고 나서 '좀 병원에 일찍 가볼 걸'"

갑작스레 가정을 이끌게 된 중년의 아내.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청소일을 시작했습니다.

[박모 씨 / 김 씨 아내]
"국민연금이요? 어려워서 해약했어요, 힘들어서. (노후자금은요?) 그런 것도 없죠. 자기가 가장이다보니까 자기가 좀 100만 원이나 벌면 좋겠다고."

[김 씨/ 치매 환자]
"(애들) 시집까지 보내야지, 시집. 장가를. 내가 아프고 있으니 일도 못하고 있으니 갑갑하지."

4년 전 아내의 치매진단을 계기로 '인터넷 카페'를 만든 차 모씨.

젊은 치매환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고 말합니다.

[차 모씨 / 젊은 치매 환자 가족]
"어르신 치매 환자들 자녀분들은 다들 장성해서 어른들이기 때문에 그래도 뭐 케어할 수 있지만 초로기 치매 환자들은 가족들이 전부 어리고 자녀분도 어리고 (배우자는) 또 한창 경제활동 할 나이죠."

차 씨가 일하는 10시간 동안은 요양보호사가 돌봐주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3시간 분을 제외하고 한달 평균 150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차 모씨 / 젊은 치매 환자 가족]
"(아내랑) 둘이 가면서 차에서 사실은 자살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나도 출근, 나도 일을 해야 되잖아요. 출근해서 일을 해야하는데 (아내는) 미친듯이 날뛰고."

지난 해 국가 책임제 실시 이후 치매 환자를 위한 요양보호시설은 늘었지만 60세 미만 치매환자의 이용률은 30%대에 그칩니다.

노인 치매환자를 위주로 만든 시설이다보니 신체활동이 많고 때론 공격적 성향까지 보이는 젊은 치매 환자를 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은아 / 대한신경과학회 부회장]
"초로기 환자들은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거든요. 좀 더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 거고. (일반 요양 시설은) 노인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초로기 환자분들 가셔서 적응을 못 하고."

지난 해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설립 관련 추경예산 1천 879억 원을 확보했지만 집행률은 10%에도 한참 못미칩니다.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쓸곳을 찾지 못한 돈이 1천 억 원이 넘습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실제 젊은 치매 환자들, 조기 치매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건 많이 부족하거든요."

잠자고 있는 예산 중 일부라도 사용해 맞춤 시설 한 곳이라도 지어줬으면 하는게 젊은 치매 환자 가족들의 소망입니다.

[차 모씨 / 젊은 치매 환자 가족]
"차라리 암 같으면 수술을 해서 1% 내지 2%의 희망이라도 있잖아요. 초로기 치매는 전혀 희망도 없고 정말 참담하고 정말 제일 어렵습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연출 천종석
구성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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