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선이 간다]가족에게 “내 흔적 지워라”…재한 아프간인들의 눈물

  • 3년 전


버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작은 손과 얼굴들.

한국에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의 어린 아이들입니다.

한국군 수송기로 먼저 들어온 아프간인 377명이 오늘 예정대로 충북 진천 공무원 인재 개발원에 입소했고, 오늘 입국한 13명도 모두 코로나 음성이 나와서 잠시 후 진천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들 390명에게는 취업이 자유로운 F-2 비자를 부여해 한국에서 자립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그런데 이미 한국에 살고 있던 재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자신이 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족들이 고국에서 탄압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돌아가면 죽음 뿐이라는 이들의 이야기를 제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한국에서 7년 째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인 나심.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됐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심 / 재한 아프간인]
"바로 가족한테 전화를 해서 다 집에 가서 숨어있으라고 어디 나가지말라고 또 저랑 연결되는 페이스북이나 이런 것 다 차단하고 삭제하라고. 왜냐면 탈레반한테 혹시 잡히면 해외하고 연결되는 사람들 진짜 많이 괴롭힐 거에요 특별히."

아프가니스탄 소수 민족인 나심의 가족 여러 명이 탈레반에 희생됐습니다.

[나심/ 재한 아프간인]
"다른 한 삼촌도 작년에 흉기로 한 30번 40번 찔렸다고. 시신을 못 볼 정도로 흉기로 찍었더라고요. 우리 아버지가 그런 것도 봤기 때문에 지금 엄청 무서워하고 있어요."

[나심/ 재한 아프간인]
"(아버지가) 나는 나이 먹었으니까 죽으면 상관없는데 남동생들은 아직 20살 밖에 안됐는데 탈레반한테 잡혀서 죽으면 어떡할거냐. 저는 잠을 못자고 있긴 해요."

가족이 걱정되지만,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라고 말합니다.

[나심 / 재한 아프간인]
"탈레반에 가면 어차피 그 사람들 손에 잡히면 죽는거는 100%는 아니더라도 한 80~90%에요."

나심은 한국 사회가 자신과 같이 오갈 곳 없어진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받아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심 / 재한 아프간인]
"난민으로 거주가 되고 한국사회의 일부가 되는거죠. 제 희망은 그거예요. 열심히 일할거고 세금 낼 것이고 여기 한국의 사회 일부가 잘 될 것이에요."

대학생 엘함도 이틀 전까지 가족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엘험 / 아프간 유학생]
"이틀 전에 카불에 있는 (연락이 됐어요?) 네 연락을 할 수 있었고 여동생이 너무 울었고 총소리가 나서 너무 힘들어하고 저도 동영상을 보고 너무 울었고 마음이 진짜 아파요."

탈레반이 여성들을 탄압하는 탓에 더 큰 위협을 느낍니다.

[엘험 / 아프간 유학생]
"정부가 탈레반이면 저는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아예. 저같은 여자들이 이렇게 밖에 나가서 공부하면 이런 사람은 바로 죽는거예요."

[엘험 / 아프간 유학생]
"여기 있는데 도와주지를 못해요. 가족에게도 도와주지 못했어요. 그거는 제일 아픈 부분이었어요."

[현장음]
"아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래도 의미있는 인터뷰 해주는 것이에요)"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처럼 난민을 포용할 수 있을까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호택 /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대표]
"이분들을 수용했을 때 이분들이 게토화 되고 자기들끼리만 모여 살고 우리랑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살면 또 문제가 생겨요. 우리 사회 안에 이분들이 잘 녹아들어가서 같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이번에 해야 됩니다."

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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