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꿀벌 실종 3년…사오는 값도 2배

  • 작년


[앵커]
지난해 이상 기온에 꿀벌이 집단 폐사하면서 양봉 농가들이 발칵 뒤집혔었는데요.

올해는 어떨까요?

14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피해는 우리 식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솔 기자가 양봉 농가에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넓은 벌판에 줄지어 놓인 벌통 상자들.

덮개를 여니, 꿀벌이 가득합니다.

통 하나에 든 벌은 3만 마리.

꽃 나무를 오가며 한창 꿀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장음]
"이게 꿀을 모아온 거에요, 이 자리가 지금.꽃에서 꿀을 모아오는 거죠."

경기도 의왕에서 양봉업을 하는 장성범 씨는 전남까지 내려가 꿀벌 33통을 공수해왔습니다.

지난 겨울 벌통 160개 중 157개에서 꿀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가격 마저 부르는 게 값이 돼 빚을 냈습니다.

[장성범 / 양봉업자]
"1천 5백만 원 가까이 들었죠. 꿀벌 매매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어요. (한 통에) 적어도 50만 원 하죠. 예전에는 보통 좋은 게 20만 원이면 샀어요."

인근의 또 다른 양봉장을 찾았습니다.

저는 지금 보호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상태인데요. 원래는 이 꿀벌통 안에 꿀벌들이 가득해야 하지만, 통 안에는 추위에 얼어 죽은 꿀벌 사체들만 남아있고요. 몇 달째 방치돼서인지, 벌집을 들어보면 악취가 풍겨져 나옵니다.

이 곳은 150통 들어있던 벌이 모두 폐사해 20년여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니 과수, 채소 농가에선 열매가 덜 맺힐까 꽃가루를 손으로 묻히느라 비상입니다.

[석재인 / 과수 농민]
"옛날에는 꽃을 못 만질 정도였어요. 벌들이 하도 많아가지고. 그런데 지금 하나도 안 보이잖아요."

이 복숭아 농가 인근에 있던 양봉농가 세 곳에선 꿀벌이 집단 폐사했습니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인공 수분기입니다.

이 통 안에 미리 모아둔 꽃가루가 들어있는데요.

이렇게 전원 버튼을 누르면 기계에 달린 깃털에서 꽃가루가 나와, 복숭아꽃에 일일이 묻혀주는 방식입니다.

[석재인 / 과수 농민]
"(인공 수분을 하면) 수확량이 한 20% 덜 달립니다. 벌이 없다는 거 자체는 농부들한테, 특히 과수 농가들한테 큰 손실입니다."

꿀벌 실종이 벌써 세 해 째 이어지는 상황.

이번 겨울엔 전체의 61%, 14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거나 폐사했습니다.

정부는 폐사 원인으로 꿀벌진드기, 즉 응애를 꼽고 있지만,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에 주목합니다.

[이승재 / 서울대 국가농림기상센터 박사]
"(지난해) 1월 중 이상 고온이 있었잖아요. 벌들이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나갔다가 다시 기온이 바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이동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실종'이 될 수 있겠죠."

농민들은 정부에 벌을 새로 사올 수 있도록 입식 비용이라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종규 / 양봉업자]
"벌이 있음으로써 산과 들에 과일이나 초목이나 이런 것들이 화분 수정이 되어서 열매를 맺어서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건데. 참 그 벌의 고마움을 사람들이 잘 못 느끼는 거지, 잘."

전세계 식량 주요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는 상황.

꿀벌의 실종을 양봉농가만의 문제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강한길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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