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강남역 근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일어난 '강남역 살인 사건'. 8년이 지났습니다,
공용 화장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김승희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황급히 계단을 내려오는 남성.
잠시 후 여성이 들것에 실려 나옵니다.
지난 2016년 남녀 공용화장실에 숨어있던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인 사건'입니다.
사건 현장을 다시 가봤습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건물은 허물어지고 지금은 신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사건 장소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5층 빌딩의 화장실, 남녀 공간의 경계는 달랑 커튼 한 장입니다.
[신민향 / 한국화장실문화협회 이사]
"의미가 없어진 문이 돼버린 거죠. 한쪽 문하고 이쪽 문하고 부딪히니까. 그래서 아마 커튼을 대신…"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남녀 화장실 분리가 의무화됐지만, 연면적 2천㎡ 미만 건물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화장실 입구에는 이렇게 안쪽에 비상벨이 설치돼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면 여자 쪽에는 비상벨이 어디에도 없고요.
그나마 남자화장실에 있던 비상벨도 떼어진 후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화장실 7곳 중 6곳이 남녀 공용인 신논현역 먹자골목.
업주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설명합니다.
[A 씨 / 인근 가게 주인]
"여자 손님들 같은 경우는 특히 일행하고 같이 가라고 하고."
[B 씨 / 인근 가게 주인]
"(화장실) 출입구를 오픈을 시켜놨잖아요. 사고가 일어날까 봐."
하지만 불안감을 털어내기에는 모자랍니다.
[차희진 / 서울 노원구]
"문 열었는데 안에 남자분이 있으셔서 놀라서 문 닫고 다른 화장실 찾고."
[김민경 / 경기 안양시]
"문고리가 고장 났거나. 술 취한 사람들 있었을 때 무서웠던…"
서울시는 안심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공사비 지원에 나섰지만, 5년간 54곳만 신청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건물주 승인을 받아야 되고. 오래된 건물이어서 사실은 분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여력이 안 되는…"
가장 안심하고 안전해야 하는 화장실,
8년 전과 달라진 건 사라진 사건 현장 뿐이었습니다.
다시 간다 김승희입니다.
PD: 홍주형
AD: 김승규
작가: 김예솔
김승희 기자 sooni@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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