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개월 전


[앵커]
다들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분리수거를 하시죠.

환경을 살리기 위해 애써 이래저래 나눠가며 내놓는 건데, 정작 수거할 땐 몽땅 한덩어리로 뭉쳐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분리수거가 무용지물이 된 겁니다.

우현기 기자가 실태를 고발합니다.

[기자]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재활용 폐기물들이 종류별로 놓여 있습니다.

[김포 아파트 주민]
"우리가 협조를 안 하면 여러사람 욕 보잖아요. 그거 하나입니다."

하지만 수거 과정은 어떨까.

인천의 한 아파트에 재활용 수집 크레인이 들어옵니다.

플라스틱 마대 자루를 먼저 수거하더니, 폐비닐 자루도 똑같은 곳에 그대로 쏟아붓습니다. 

애써 시민들이 분리해 배출했는데 정작 수거업체가 다시 합쳐서 가져가는 겁니다.

[인천 서구 아파트 경비원]
"정부에서는 분리하라고 하잖아요. 우리만 열심히 분리하지 가져가는 애들은 막 섞어서 가져가요."

재활용 폐기물에 압축차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피를 줄여 한 번에 많이 옮기려는 건데, 서울 마포에서는 분류된 플라스틱과 비닐, 캔, 심지어 종이박스까지 압축차에 한데 쏟아 붓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리배출된 비닐봉지가 찢어지거나 유리병이 깨져, 결국 재활용이 어려워집니다.

[마포 수거업체 관계자]
"(수거 과정에서) 파손이 되면 안 돼요. 우리도 그래요 재활용 아니고 쓰레기(라고요)."

각지에서 수거된 재활용 폐기물들은 이렇게 선별장으로 오게 되는데요.

보시다시피, 결국 모두 한데 섞여 거대한 쓰레기 산처럼 보입니다. 

[선별업체 관계자]
"말은 분리해서 온다고 하지만 어차피 단가가 똑같으면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어요. 저희가 (재활용률이) 거의 45~50% 정도밖에 안 돼요."

결국 선별장에서 다시 재활용 가능 품목을 골라냅니다.

[유종현 / 인천 영흥 공공재활용 선별장 관계자]
"일일이 손으로 만지다 보니까, 또 역한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렇게 힘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선별장은 돈이 안 되는 품목은 재활용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투명 페트병만을 따로 선별할 수 있는 분리 시설을 갖춘 곳은 전체 선별장 중 16%에 불과합니다.

[환경부 관계자]
"(투명 페트병은) 1만 톤 미만으로 오면 경제성이 없다고 보고 (분리 시설) 가동을 안 하시는 거고(요)."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수거과정에서 혼합 압축됨으로써 선별을 방해하는 방식은 금지해야 한다, 선별하는 과정에서는 선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설과 작동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겠죠."

시민들의 분리배출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카메라, 우현기입니다.

연출 : 박희웅 김태희
구성 : 강전호


우현기 기자 whk@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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