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앵커]
야외에서 여럿이 춤추는 '광장무'입니다.

중국 노년층에겐 일상 취미인데요.

최근 이 광장무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이 번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베이징 이윤상 특파원입니다.

[기자]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

이른 아침부터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다른 장소에서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춤을 춥니다.

이들이 추는 춤은 넓은 광장에서 함께 즐기는 이른바 ‘광장무’로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즐깁니다.

도심 공원 등에서 오전부터 시작된 광장무는 해가 진 뒤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베이징 주민 / 75세]
"젊어지는 것 같고 심장 뇌혈관 질환도 완화되고, 기분도 좋아져요."

하지만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추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의 ‘국립묘지’와 비슷한 영웅열사 묘역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가 하면 공항 안에서도 갑자기 음악을 틀어놓고 광장무를 즐기는 등 민폐가 되기도 합니다.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춤을 추다가 교통사고까지 나는 등 안전 문제까지 야기합니다.

[중국인 A 씨]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어요.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그 사람들은 안하무인이네요."

특히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다보니 소음 등의 문제로 이웃 주민과의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두 달 전에는 참다 못한 주민이 흉기로 스피커를 부수는 영상이 SNS에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자녀 학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항의하는 학부모와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합니다.

[중국인 B씨]
"오후 9시가 넘어서 광장무를 추는건 인근 주민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거죠."

최근에는 광장무가 세대 갈등의 요소가 됐습니다.

중국의 젊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광장무를 구시대적 산물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은 은퇴 세대의 '민폐 취미'가 달갑지 않은 겁니다.

[중국인 C씨]
"청년들은 직장 구하기 어렵고, 직장인은 야근도 많이하고, (광장무 소음에) 쉬지도 못하잖아요."

[중국인 D 씨]
"(부적절한 장소와 시간의) 광장무는 사실 민폐에요."

중국 정부는 2017년 광장무 소음 등 야외 활동으로 인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어 오히려 세대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 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강민


이윤상 기자 yy27@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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