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전


화살은 곧게 날아가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춤을 추듯 비행합니다.

이걸 '궁사의 패러독스'라고 하는데요.

우리 양궁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비결.

바로 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김유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순식간에 날아가는 화살.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비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좌우로, 위아래로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 같습니다.

나아가려는 힘과 나아가지 않으려는 힘의 충돌, 바로 '궁사의 패러독스'때문입니다.

활 시위를 놓으면 화살 뒤쪽에 힘이 강하게 전달되는데

이때 화살의 뒤쪽이 무게중심이 있는 앞쪽을 앞서려고 하면서 진동이 생기는 겁니다.

휘청거림은 과녁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줄어들지만 처음부터 패러독스 현상을 줄이면 명중률이 높아집니다.

리우올림픽 2관왕 구본찬은 쐈다 하면 백발 백중. 궁사의 패러독스를 잘 제어하는 선수입니다.

자신의 팔 길이와 근력에 맞게 활을 선택하고, 화살 길이를 조절하는 게 관건입니다.

[장영술]
"자기한테 가장 맞는 튜닝 상태를 고르는 거죠. 라디오 잡음이 많이 날 때 사이클을 맞춰서 잡음이 안나는 상태, 그럼 깨끗하게 음질이 들리는"

화살의 깃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화살의 깃이 회전을 만든 덕에, 휘청거림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회전하는 팽이가 안정적인 것과 같습니다.

깃이 미치는 영향을 실험해봤습니다.

깃이 있는 화살은 10점, 9점을 기록하지만 깃이 없으면 8점, 7점으로 떨어집니다.

[구본찬]
"깃이 있는 것은 쫙 날아가는 그런 느낌이 있고요. 깃이 없는 것을 쏘면 이렇게 많이 꼬리를 치거든요."

원리를 이해하면 일반인도 명사수가 됩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기자도 "잠시만요. 이거 왜 이렇게 안 되지? 뭐가 자꾸 걸리는데…"

몸에 맞는 활과 화살을 장착하니 제법 모양새가 나옵니다.

"활을 바꾸니까 확실히 과녁에 (화살이) 좀 더 몰리는 것 같아요."

세계 최고의 한국 양궁. 양궁을 향한 치밀한 과학적 접근에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유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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