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를 들었다 놨다 했던 스타들을 만나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일본 선수를 떨쳐내고 기적을 일궈낸 황영조의 경기 장면이 지금도 생생한데요,
'나때는 말야', 김민곤 기자입니다.
[리포트]
떠오르는 태양 아래 오늘도 트랙 위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황영조.
[황영조]
"나 때는 말이야."
마라톤 입문 2년 차밖에 되지 않던 1992년, 올림픽 메달은 기대도 못 했습니다. 경쟁자에게 물을 건넬 만큼 대범하게 달렸습니다.
[황영조]
"이렇게 보니까 모리시타 선수가 물을 못 잡았더라고. 안 됐더라고, 날씨는 더운데. 그런데 그 선수하고 마지막에 (선두경쟁을) 붙었네."
결국 가파른 몬주익 언덕에서 일본의 모리시타를 떨쳐냈습니다.
[황영조]
"(지금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니까요. 이런 코스는 요즘 뛰지도 못해요. 이거 완전히 등산 코스도 아니고."
손기정에 이은 한국인 두 번째 금메달.
바로 그다음 해 초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황영조]
"(일본의 주장은) 손기정 선수는 일본의 힘으로 금메달을 딴 거고, 한국은 일본을 절대 이길 수 없고. 그런데 (제가) 금메달 따는 것을 봤잖아요. 그다음부턴 그런 말을 못하는 거지."
2년 뒤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따낼 만큼 한국 마라톤의 자존심이었던 황영조.
하지만 1996년 스물여섯 나이에 은퇴하자 사람들은 그를 게으른 천재라고 욕했습니다.
[황영조]
"마라톤에 게으른 천재라는 건 없어요. 내가 무슨 천재예요.마라톤이라는 운동은 고통스럽고 고달프고, 즐기기엔 너무 가혹하다. 아파도 뛰었죠, 아파도."
이제는 20년간 후진양성을 이어가는 황영조,또 한 번의 한국 마라톤 황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김민곤입니다.
영상취재: 한일웅
영상편집: 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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