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에어컨 없는 런던이 40도…펄펄 끓는 지구

  • 2년 전


[앵커]
유럽 곳곳은 기온이 40도가 넘는 폭염입니다.

북극 빙하가 녹는다는, 지구 온난화 얘기.

저도 어릴 때부터 들었지만 이제는 초대형 화재에, 가뭄에, 먹을 게 부족할 지 모르는 상황까지 눈 앞에 와있습니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 유엔의 끔찍한 경고입니다.

세계를 보다 염정원 기자입니다.

[기자]
대기 중이던 버스에 갑자기 불이 붙습니다.

갑작스런 폭염에 버스 내부 장치들이 견디지 못해 폭발한 겁니다.

철길 선로는 복사열로 휘었고 불까지 붙어 철도 운행이 취소됐습니다.

40도를 넘긴 한 낮 기온에 공항 활주로마저 녹아 내려 이착륙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7월 평균기온이 20~25도 사이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됐던 영국 런던.

최근 40도를 넘는 불볕더위에 사상 처음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4단계 적색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페넬로페 엔더스비 / 영국 기상청장]
"전례 없는 날씨입니다. 우리 기후에서는 이런 기온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상 고온은 영국 뿐 만이 아닙니다.

45도 이상 치솟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열사병 등에 의해 210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불볕 더위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수도 파리 면적의 2배가 넘는 4만ha, 이탈리아 2만7000ha 등 엄청난 규모의 산불이 유럽 대부분 지역을 휩쓸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서쪽엔 반 시계방향으로 도는 저기압이 아프리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공기를 유럽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동쪽에 자리잡은 고기압 2개가 이 뜨거운 공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해 살인적인 더위를 만들고 있는겁니다.

[이명인 / UNIST 폭염연구센터장]
"(서유럽의) 상층에 정체된 고기압 덩어리가 크게 지금 자리 잡고… 제트(기류)는 상당히 약해지면서 장기간의 폭염이 발달할 수 있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한 손실은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미국에선 다리를 지나던 지하철에 불이 나 승객들이 창문으로 빠져 나가거나 강으로 뛰어 들기까지 했습니다.

폭염으로 부품에 이상이 생기며 재산 피해를 불러온 겁니다.

이런 무더위로 인해 미국 내 발전 수요가 급증하며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48% 급등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기후 변화 대응에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3조원은) 미국 전역이 극심한 더위, 가뭄, 홍수,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 온갖 재난을 견뎌낼 수 있는 기반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겁니다."

이상 기온은 북극권 그린란드도 평년보다 5도 이상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올림픽 정규 수영장 72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60억t의 빙하 물이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이상 고온에 따른 가뭄, 대형 화재 등으로 세계 밀의 17.6%를 생산하는 EU는 올해 추정 수확량을 500만t 낮췄습니다.

식량 위기마저 예고된 가운데 유엔은 섬뜩한 경고를 내렸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 UN 사무총장]
"지금이 기후 행동의 결정적 10년이 되어야 합니다. 다같이 협력 하거나 다같이 죽거나.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염정원입니다.

영상편집: 이혜리


염정원 기자 garden93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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