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다]“먹던 그거 맞아?”…111년 제품의 배신

  • 9개월 전


[앵커]
이런 꼼수 인상 우리만의 일은 아닌데요.

미국에서는 스캔들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큽니다.

기업은 과자의 크림까지 교묘하게 줄이고, 소비자들은 이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이은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검은색 비스킷 사이 흰 색 크림으로 달콤한 맛을 내는 쿠키.

111년 동안 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았고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됩니다.

그런데 제품 모양이 조금 변했다는 의혹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현장음]
"이게 오레오 쿠키야? 이게 정상이야? 지금 미국에서 다 이래?"

크림양도 줄어 두께는 얇아졌고, 쿠키 가장자리까지 크림이 닿지도 않는다는 불만입니다 

업체가 크림양을 줄여 꼼수 가격 인상을 했다는 의혹에 소비자들은 진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현장음]
"이게 일반 제품인데 안에 크림이 거의 없잖아."

업체 측은 쿠키와 크림 비율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가져온 업체들이 과거에도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가장 큰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에드 드워스키 / 美 '컨슈머월드' 설립자]
"가격을 직접 올리면 소비자들이 알아차리죠. 그런데 제품 용량을 조금 덜어내면 소비자들이 못 알아차릴 거라는 거죠."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은 과자 뿐만 아니라 이런 음료부터 치약, 휴지와 같은 생활용품까지 전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제품들을 직접 구입해서 용량이 줄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는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를 컵으로 옮겨 용량을 측정했습니다.

825ml로 나타났습니다.

946ml였던 용량이 1년 새 13%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또 다른 스포츠 음료 '파워에이드'나 감자칩 프링글스, 탈취제 페브리즈 등 오랫동안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제품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284칸이던 두루마리 화장지를 255칸으로 교묘히 줄인 화장지 회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꼼수 가격 인상 사례를 고발하는 미국 내 커뮤니티의 회원수는 10만 명에 달합니다.

[레슬리 / 소비자]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권이 있긴 하지만, 이건 속임수죠. 잘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용량을 줄이잖아요."

한때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물가 인상률을 기록하는 등 유례 없는 인플레이션 속에 미국 제조업체들은 재료비, 인건비 인상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안드레아 / 소비자]
"(경제가 안정되면) 제품 용량이 원래대로 되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으로."

하지만 미국에선 아직 마땅한 제재 방안도 없고, 용량이 다시 늘어난 선례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각에선 러시아와 브라질처럼 용량을 바꾸기 전 반년 이상 의무 고지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워싱턴에서 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

영상취재 : 정명환(VJ)
영상편집 : 이승은


이은후 기자 elephant@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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