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리막길 사고를 예방하려고 붉은색으로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해 놓은 곳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포장이 닳고 벗겨져서, 일반 도로보다도 미끄럽고 위험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다시간다, 김태우 기자입니다.
[기자]
래미콘 한 대가 차들이 오가는 교차로를 그대로 가로지릅니다.
달리던 승용차 앞을 살짝 빗겨갑니다.
이 사고로 래미콘 운전자는 교각을 들이받고 숨졌습니다.
경사 9.6도, 이른바 '공포의 내리막길'로 불리는 부산 신모라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4년 전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이곳을 다시 가봤습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강순자 / 부산 사상구]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저기에서 속도 줄여서 알아서 오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리로 오다가 저기(가드레일) 들이 받아버리고 막 그래."
달리던 차량의 제때 멈출 수 있도록 도로에는 붉은색 미끄럼 방지 포장재를 깔아놨습니다.
그런데 벗겨지고 닳아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리막길을 내려올수록 포장은 더 심하게 훼손돼 있는데요. 정지선 바로 앞쪽은 포장이 모두 마모돼 이렇게 검은 아스팔트가 드러나 보일 정도입니다.
운전자들은 미끄럼 방지 포장재가 벗겨진 곳은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합니다.
[택시 기사]
"저게 비 오면 더 미끄러워요. 기름기가 있어서 오히려 더 미끄러워요. 포장을 새로 할 게 아니고 저거는 방식을 좀 바꿔야지."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 사정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조성두 / 부산 북구]
"여기도 보면 바퀴 자국이 많잖아요. 미끄러졌다는 말이거든요. 이 자리들이 이렇게 보시면 여기 다, 지금 발로 긁어보셔도 바로 느껴지실 거예요. (그러네요.)"
실제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시험결과, 노후화된 미끄럼 방지 포장도로는 일반 아스팔트 도로보다 저항력이 20% 더 낮게 측정돼 더 미끄러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포장재가 깨지거나 움푹 파이면, 수분이 침투해 수막현상이 일어나기 쉬워 마찰력이 더 작아지는 겁니다.
제때 보수나 교체를 해야 하지만 미끄럼 방지 포장재의 수명 2년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딱 정해져서 정비를 하는 건 아니고, 상황에 맞게끔 설치를 하고 있는데 3년에서 5년 사이로 정비를 하고 있어요."
[이호근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처음에 설치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향후 이걸 유지관리 보수하는 부분에 대한 예산이나 규정이 미흡하다 보니까…"
부실한 관리가 미끄럼방지도로를 더 미끄럽고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김태우입니다.
김태우 기자 burnki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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