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전


[앵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프랑스의 전통과 문화를 상징하던 노포들이 사라지고, 글로벌 브랜드 매장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파리 조은아 특파원입니다.

[기자]
파리 중심부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약 2km의 직선도로로 이어진 샹젤리제 거리. 

130년 된 백화점부터 1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카롱 가게, 샹송의 대모 에디트 피아프의 단골 식당까지.

오래된 상점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90년 역사를 가진 샹젤리제 거리의 대표 영화관이 불이 꺼진 채 텅 비었습니다.

할리우드 작품부터 세계 영화들이 상영됐던 곳인데 지난해 영업 중단 이후 빈껍데기만 남아 있습니다.

또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8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영화관도 올해 6월에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영화관은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물건들을 경매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신디 그루이아 / 프랑스인]
"수십 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영화관이 사라진다니 아쉬워요.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유명 작가들이 책을 내고 사인회를 열었던 70년 역사의 대형 서점이나, 화덕피자로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65년 된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해왔던 상젤리제 거리의 노포들이 잇달아 사라지는 건 높은 임대료 때문입니다.

세계 주요 도시 임대료 순위에서 샹젤리제 거리는 5위로, 우리나라 명동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루노 마르티니 / 샹젤리제거리 음식점 사장]
"지금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샹젤리제 거리에 가게를 낼 수 있는 건 대기업밖에 없을 거예요."

노포가 사라진 자리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차지했습니다.

대규모 자본이 유입돼 대형 상권을 이루자 기존 소상공인들이 높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우후죽순 들어선 글로벌 브랜드 매장들로 샹젤리제에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며 우려 섞인 보도를 전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파리 시는 올해 7월 올림픽을 앞두고 샹젤리제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보이지 않고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재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채널A 뉴스 조은아입니다.

영상취재 : 이수연(VJ)
영상편집 : 장세례


조은아 기자 achi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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