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22대 개원부터 '반쪽 판박이'…또 씁쓸한 헌정사 최초

  • 2개월 전
[여의도풍향계] 22대 개원부터 '반쪽 판박이'…또 씁쓸한 헌정사 최초

[앵커]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씁쓸한 기록만 추가했습니다.

헌정사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선출한 겁니다.

4년 전, 21대 국회도 반쪽으로 개원한 바 있는데요.

2회 연속 '반쪽'으로 개원한 국회의 씁쓸한 모습을 장윤희 기자가 여의도풍향계에서 전합니다.

[기자]

한 주간의 주요 정치 이슈를 전해드리는 여의도풍향계입니다.

사진 한장으로 문을 열겠습니다.

22대 첫 본회의에서 갓 당선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장실로 여야 원내대표를 부른 장면입니다.

하지만 왼쪽 구석에 커다란 빈자리가 눈에 띕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불참한 겁니다.

우원식 의장은 회동 첫날, 여야의 각각 붉은색, 푸른색 당색을 합친 '보라색' 넥타이를 일부러 골라 맸다며 추 원내대표를 기다렸는데요.

하지만 여당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합의되지 않은 일정이란 이유로 집권 여당의 불참 속에 '반쪽'으로 출발했습니다.

헌정사에서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의사일정 합의 없이 일방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의 힘자랑으로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22대 임기 시작일부터 특검법 등을 놓고 충돌한 여야 대치 전선이 원구성 문제로 번지며, 본회의가 파행된 겁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었고,

"합의 없이 의회 없다, 의회 독주 중단하라! 중단하라!"

본회의장 안에 홀로 남은 민주당은 이를 규탄했습니다.

"원구성을 늦춘다라는 것은 뭐냐면 대통령실 눈치 보고 그동안에 국민의힘이 거수기 역할을 했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내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을 꺾고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됐습니다.

"국회가, 정치가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체념과 절망, 이것이 22대 국회가 넘어야 할 신뢰의 위기입니다. 핵심입니다."

야당 몫 부의장에는 이학영 의원이 뽑혔습니다.

국민의힘은 의장단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여당 몫 부의장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2대 첫 본회의에서 나타난 '파행' 모습이 낯설지 않아 보입니다.

'반쪽' 국회 본회의장, 씁쓸한 '헌정사 최초의 기록'들은 지난 국회, 특히 21대 국회에서 충분히 벌어진 탓일 텐데요.

4년 전, 개원 국회 상황으로 가보겠습니다.

21대 국회도 '반쪽' 개원이었습니다.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참석했고,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불참했습니다.

"여야 간 의사일정이 합의가 없기 때문에 본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이고, 오늘 이 본회의는 적법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상대 진영을 향한 거친 발언들, 본회의장 앞 피켓 시위도 4년 전이나, 후나 판박이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과거의 잘못된 관례가 얼마나 헌법과 국회 관계법에 위배됐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쪽 본회의' 풍경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2년 10월, 윤 대통령의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민주당은 전면 불참했습니다.

연설이 진행되는 시각, 민주당 의원들은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사정정국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습니다.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한 보이콧은 헌정사 처음이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씁쓸한 헌정사 최초 기록은 쏟아졌습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도,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도 21대가 처음이었습니다.

검사 탄핵과 국무위원 탄핵도 최초였는데,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며 '정치의 사법화'란 지적을 받아야 했습니다.

국회는 여전히 '반쪽' 신세에서 못 벗어난 모습입니다.

민의의 전당이 보여주는 '정치력'은 4년 사이 더 후퇴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러한 국회가 앞으로 4년간 계속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벌써부터 피로가 쌓이는 것 같습니다.

여야 '반쪽' 대치가 아닌, 정치 '복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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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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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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