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결혼 사진을 파쇄하고 이혼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새 산업이 등장한 나라, 중국의 이야기입니다.
인구 대국이 아닌 이혼 대국이라고 불릴 지경이라는데, 세계를 가다, 베이징 이윤상 특파원입니다.
[기자]
공장 바닥에 잔뜩 쌓인 물건,
이혼한 사람들이 없애 달라고 맡긴 결혼 사진들입니다.
이혼한 사람들이 의뢰한 결혼 사진들은 얼굴을 가리는 작업을 거친뒤 파쇄기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진은 순식간에 가루로 변합니다.
이곳은 중국 허베이성에 있는 한 파쇄 업체로, 지난해 4월 결혼 사진 파쇄 업무를 시작한 뒤로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류웨이 / 파쇄업체 대표]
"매달 수백 건 파쇄 의뢰가 들어옵니다. 이혼 시장은 정말 커요."
중국에서는 물건을 불태워 없애버리는 것이 불길하다고 생각해 의뢰인들은 갈아 없애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결혼사진 파쇄 의뢰인]
"제 결혼사진 파쇄 해주세요. 정말 좋은 사업을 하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연 여성.
[현장음]
"이런 XX 같은 결혼 생활은 여기까지"
이혼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었는데 지인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집니다.
[현장음]
"이혼 축하해"
[베이징 시민A]
"(결혼의) 나락에서 빠져나온 걸 기념하는 거니까 이혼 파티 여는 걸 뭐라할 수는 없죠."
[베이징 시민 B]
"결혼 생활에 불행한 부분이 있어서 이혼한거잖아요. 불행을 탈피했으니 파티할 수도 있죠."
최근 중국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고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까지 번지면서 이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이혼 사진을 찍어주는 직업까지 생겼습니다.
의뢰인들은 중국 정부가 발급해주는 '이혼증'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혼 사진사]
"(사진 의뢰인은) 이혼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결혼과 이혼이 인생의 성장 과정이라는 거죠."
이에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이혼 신청 후 30일간 숙려 기간을 갖도록 하는 등 이혼을 저지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인구 대국'이던 중국은 이제 '이혼 대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인구 감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박형기
이윤상 기자 yy27@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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