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years ago
무릎까지 빠졌고 행로는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무공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눈속에서 발을 빼
기조차 힘이 드니 모두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그 주인의 집은 얼마나 남은거야 ?)
노승은 그들의 마음을 아는듯이 왼쪽으로 붓끝처럼 뾰족히 솟
아 있는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 왔소이다. 바로 저 위에 있지요."
2. 군웅들 산장에 오르다.
일행들이 산봉우리를 쳐다보니, 온몸이 오싹함을 금할 수 없었
다. 그 산봉우리는 별로 높지는 않았지만 마치 붓끝같이 봉우리
가 우뚝 솟아 있어, 가파르기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원숭이라
도 오르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재주가 비상한 사람이라도, 설령 저 봉우리에 올라 갈
수는 있다고 해도 설마 저 꼭대기에 사람이 살수 있을까?)
그 노승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선두에서 길을 잡아 또 두개의
산구릉을 넘고 거대한 송림속으로 들어섰다. 수풀속의 소나무들
은 모두 백년 이상 된 노송들로, 가지가 서로 얽혀 있었다. 그
가지위에는 두터운 눈이 쌓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풀 속에는
눈이 거의 쌓여 있지 않아서 오히려 걷기가 수월하였다. 이 송림
은 꽤 오래 계속되어 반 시각 이상 걷고서야 송림을 벗어나, 그
뾰족한 봉우리 아래에 도달했다.
가까이에서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더욱더 끔찍하였다. 때가 여
름이라면 어떻게 애써 볼 용기를 낼 수도 있을지 모르나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으니, 만일 모험을 하여 오
른다면 십중팔구는 틀림없이 미끄러져 몸뚱이가 박살나고 말 것
이었다.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와 소나무 가지 우는 소리뿐으로 청승맞
기 이를데 없었다. 이들은 모두 강호를 떠돌며 큰 싸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때처럼 황당하고 겁이 났던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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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없었다. 노승은 품에서 불화살 하나를 꺼내어 불을 붙였
다. '치치칙'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산꼭대기를 향해 날아갔
고, 한 줄기 푸른색 연기가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았다.
이 불화살이 강호에서 흔히 쓰이는 신호용화살이라는 것은 모
두들 알고 있었으나, 이 불화살이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또 푸른 연기가 공중에서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는 것은 신기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며 동정을 살폈다.
잠시후에 산꼭대기에서 작은 흑점이 보이더니, 그 점은 점점
급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오며 점점 커졌다. 봉우리의 중간쯤에 이
르자 그것이 바로 대나무를 엮어 만든 커다란 바구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수 있었다. 바구니 위에는 대나무 엮은 굵은 줄이 매어
져 있었는데, 이 바구니는 바로 산꼭대기에서 내려보내 손님을
맞이하는데 쓰이는 것이었다.
거대한 바구니가 사람들 앞에 내려오자 노승이 말하였다.
"여기에는 세 사람이 탈수 있습니다. 두 여자 손님께서 먼저
타사지요. 남자손님 한분이 더 타실수 있소이다. 누가 타겠소이
까? 중은 여시주의 덕은 안보는 법이니 이 몸은 안탑니다. "
전청문은 정삼랑을 부축하여 바구니에 오르면서 생각했다.
(내가 먼저 올라가고 나면 오라버니까 또 자안을 해치려 할거
야. 그렇다고 내가 자안과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은 사숙의 면전에
서 부끄러운 일이고...)
그래서 전청문은 조운기에게 말했다.
"오라버니, 저와 함께 탑시다."
조운기는 기쁘고 감격해서, 도자안에게 얼굴을 돌려 득의만면
한 표정을 보여주고는 바구니에 올라 전청문 옆에 앉아 대나무
줄을 잡고 힘껏 몇 차례 흔들었다. 바구니가 음직이는가 싶더니,
꼭대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운기와 전청문, 정삼랑 세 사람
은 마치 허공의 바람에 의지하여, 안개가마를 타고 구름 속을 날
아가는 기분이었다. 바구니가 봉우리 중간쯤에 이르렀을때 전청
문이 아랫쪽을 내려다 보았다. 산 아래 사람들이 작은 점으로 보
였다. 전청문은 눈앞이 아찔하여 눈을 감고는 다시 뜨지 못하였
다.
잠깐만에 바구니는 꼭대기에 도달하였다. 조운기는 바구니에서
나와 전청문과 정삼랑을 부축하여 내렸다. 올라와 보니 꼭대기에
커다란 교반 세 개가 줄로 묶인 채 교차되어 바구니를 올리는데
사용되고 있었고, 십여명의 장정들이 이교반을 움직여 다시 바구
니를 내려 보냈다. 바구니가 몇 차례 오르내리고 그 노승과 나머
지 사람들도 모두 올라왔다. 교반 옆에 서 있던 두명의 회색옷을
입은 장정들은 조운기와 그 외 사람들이 올라왔을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더니 노승이 올라오자 쫓아가서 몸을 굽혀 예를 갖추었
다.
노승이 웃으며 말했다.
"소승이 주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몇 분 친구들을 모시고 밥좀
얻어먹으러 왔소이다. 허허!"
목이 길고 이마가 넓은 한 사내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보수대사(寶樹大師)의 친구분들이라면 나리는 얼마든지 환영
하실 겁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저 노승의 법호가 바로 보수이었군.)
그러나 그 사내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모아 쥐고는 두루 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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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린뒤에 말했다.
"하지만 나으리께서는 일이 있어 여러 손님들을 다 뫼시지 못
하오니, 여러 영웅들은 깊이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당황하여 마주 예를 차리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눈덮힌 산꼭대기에 살면서도 저렇듯 얇은 옷만 입
고도 추호도 추워 하는 기색이 없으니 내공이 굉장할 것이다. 하
지만 말투로 보아 분명히 하인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의 주인
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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